시평론(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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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식들을 향한 애정, 시 ‘4월 아침’에 담긴 일상
4월 아침 손춘옥 (2024 시민공모작) 촘촘한 안개로 세수를 한 앞산이 휘장을 걷고 어제보다 고운 연둣빛으로 다가선다. 쓰윽 쓰윽, 부지런한 비질소리 따라 말갛게 마당이 얼굴을 내밀고 마당가에 감나무 두 그루 꺼칠한 가지 끝에 새순이 생기린다. 분주하던 자식들 하나둘 떠난 자리 부엌에서 들리는 도마질소리 허허롭고 휑한 식탁 수저 두 벌 단출하지만 자식들 꿈에 편승하여 어깨 한번 으쓱해 보는. [시 제목] 4월 아침[작가명] 손춘옥[발표 연도] 2024 시민공모작이 작품을 분석하겠습니다.1) 내용적 맥락 분석이 시는 봄의 새벽, 특히 4월이라는 시기적 배경 속에서 자연과 일상의 정서를 그립니다. “촘촘한 안개”와 “연둣빛”을 통해 봄의 생동감을 표현하며, 연둣빛 새싹과 두 그루의 감나무로 상징되는 자연은..
2024.11.09 -
무지개 같은 인생의 순간들 - 김승동의 ‘막걸리’ 시평론
막걸리김승동“허허/그리운가, 잊어버리게,/여름날 서쪽 하늘에 잠시 왔다 가는 무지개인 것을/그 고운 빛깔에 눈멀어 상심한 이 지천인 것을/미움 말인가/따뜻한 눈길로 안아주게,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좀 나눠주면 어떤가,/그렇게 아쉬운가, 놓아버리게/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부 그대 것이 아닌가/세상의 그립고 밉고 아쉬운 것들 그게 다 무엇인가/사랑채에 달빛 드는 날/묵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잔이면 그만인 것을” [김승동, '막걸리', 발표 연도 정보 미상] 이 작품을 분석하겠습니다. 1) 내용적 맥락 분석 김승동의 시 *'막걸리'*는 인생의 덧없음과 소유욕의 무의미함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무지개'와 같은 이미지로 덧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과 이를 통해 생겨나는 ..
2024.11.07 -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의 따뜻한 연대 - 김민지의 시 포도 평론
포 도 김민지 (2023 시민공모작) 알알이 맺힌 이슬이거나 방울방울 맺힌 눈물이거나 탱글탱글한 모습으로 오밀조밀 둥지를 틀었구나 그렇게 서로 기대고 사는 거지 그렇게 서로 기대야 비바람 이겨내는 거지. [시 제목] 포 도 [작가명] 김민지 [발표 연도] (2023 시민공모작) 1) 내용적 맥락 분석 김민지의 시 포도는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와 그 안에서의 의지와 연대의 가치를 탐구합니다. 시에서 사용된 '알알이 맺힌 이슬'과 '방울방울 맺힌 눈물'은 고난 속에서 서로를 지탱해 주는 인간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상호 의존적 관계가 고독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지하며 살아가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
2024.11.03 -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특별함, 최선우 시인 ‘비가 그치면’
최선우 비가 그치면 비가 그치면최선우(2022 시민공모작)비가 그치면,꽃을 보러 갑시다.매일 피는 꽃이지만당신과 보면 새로운 향기를 맡겠지요.그런 다음엔,별을 보러 갑시다.매일 뜨는 별이지만당신과 보면 새로운 우주에 닿겠지요.1) 내용적 맥락 분석 이 시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경험의 가치에 대해 다룹니다. ‘비가 그친 후’라는 시간적 전환을 통해, 시인은 변화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같은 꽃과 별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할 때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우주’를 표현하며, 시적 화자의 기대와 설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사랑이나 우정 등 친밀한 관계 속에서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나타냅니다. 2) 형식적 구조 분석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구성된 이 시는 각기 ..
2024.11.02 -
끝을 미루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 '땅끝에서 돌아서다'
땅끝에서 돌아서다이숙경 시인의 "땅끝에서 돌아서다"는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순간을 포착한 작품입니다. 지하철 역에 승강장 창가에 올려 진 이 시를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마치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처럼, 우리 인생의 한계점에 서서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끝에서 시작으로 시의 첫 구절부터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땅끝에서 돌아서다"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다시 돌아서는 행위, 그것은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끝'들을 마주합니다. 관계의 끝, 꿈의 끝, 시간의 끝... 그러나 이 시는 그 끝에서 우리에게 선택권이..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