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미루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 '땅끝에서 돌아서다'
2024. 10. 18. 09:33ㆍ시평론
땅끝에서 돌아서다
이숙경 시인의 "땅끝에서 돌아서다"는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순간을 포착한 작품입니다.
지하철 역에 승강장 창가에 올려 진 이 시를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마치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처럼, 우리 인생의 한계점에 서서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끝에서 시작으로
시의 첫 구절부터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땅끝에서 돌아서다"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다시 돌아서는 행위, 그것은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끝'들을 마주합니다. 관계의 끝, 꿈의 끝, 시간의 끝... 그러나 이 시는 그 끝에서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돌아설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희망의 불씨입니다.
"이정표 등지고 오길 잘했다"라는 구절은 특히 강렬합니다. 이정표는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지만, 때로는 그 지시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인은 이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우리 삶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은 두렵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때로는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은 우리에게 관습과 기대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용기를 줍니다.
삶의 연장선
"시작의 끝은 더 살다가 보기로 하자"라는 마지막 구절은 이 시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서로 맞닿아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러면서도 '더 살다가 보자'는 말로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을 드러냅니다.
이는 단순히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 다 보지 못한 세상, 느끼지 못한 감정들에 대한 갈망입니다. 시인은 우리에게 삶의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끝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비추어
이 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땅끝'에 서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느꼈던 그 순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나요? 돌아섰나요, 아니면 그대로 멈춰 섰나요?
이숙경 시인은 우리에게 돌아설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깊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삶은 때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끝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돌아서서 새로운 길을 찾아갈 것인가. 이 시는 그 선택의 순간에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전합니다.
"땅끝에서 돌아서다"는 단순한 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며, 끝없는 시작과 끝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시작과 끝을 마주합니다. 그 속에서 이 시를 떠올리며,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를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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