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같은 인생의 순간들 - 김승동의 ‘막걸리’ 시평론

2024. 11. 7. 07:00시평론

막걸리

김승동


“허허/그리운가, 잊어버리게,/
여름날 서쪽 하늘에 잠시 왔다 가는 무지개인 것을/
그 고운 빛깔에 눈멀어 상심한 이 지천인 것을/미움 말인가/
따뜻한 눈길로 안아주게,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
좀 나눠주면 어떤가,/
그렇게 아쉬운가, 놓아버리게/
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부 그대 것이 아닌가/
세상의 그립고 밉고 아쉬운 것들 그게 다 무엇인가/
사랑채에 달빛 드는 날/
묵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잔이면 그만인 것을”

 


[김승동, '막걸리', 발표 연도 정보 미상]
이 작품을 분석하겠습니다.

1) 내용적 맥락 분석
김승동의 시 *'막걸리'*는 인생의 덧없음과 소유욕의 무의미함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무지개'와 같은 이미지로 덧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과 이를 통해 생겨나는 집착, 그리움을 담담히 묘사합니다. 시인은 "놓아버리게"라고 권유하며, 집착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 큰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역설적 통찰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인간적 만족을 선사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궁극적으로는 욕망의 초월을 촉구하는 철학적 성찰로 이어집니다.

2) 형식적 구조 분석
이 작품은 자유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비연속적 행 구성을 통해 감정의 완급을 조절합니다. 특히 "허허"와 같은 감탄사를 통해 시적 화자의 심리적 여유가 두드러집니다. 연과 행의 구분이 독자의 시선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시인의 철학적 사유가 중첩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3) 언어와 표현 분석
언어 선택이 매우 친숙하고 서정적입니다. '무지개', '달빛', '막걸리'와 같은 시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직관적으로 다가와 독자에게 감각적 접근을 제공합니다. 또한, "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부 그대 것이 아닌가"라는 표현은 소유와 집착에 대한 역설적 통찰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4) 정서와 스타일 분석
작품 전반에 걸쳐 풍기는 정서는 담담한 위로와 관조적 여유입니다. 친근한 어조로 "그리운가, 잊어버리게"라고 독자에게 말을 건네며, 복잡한 감정을 관조하며 편안하게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로써 독자는 자연스레 시적 화자의 여유를 함께 느끼고,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에 대한 재인식을 하게 됩니다.

5) 문학사적 맥락 분석
이 작품은 한국 현대시의 흐름에서 자연 친화적이고 관조적인 주제를 다루는 경향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한국 시의 전통에서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며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유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한용운이나 윤동주 등의 작품이 지닌 성찰적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6) 심리학적 해석
시의 화자는 인생의 덧없음과 타인에 대한 포용을 통해 자신의 내면적 평안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무지개와 같은 덧없는 아름다움, 막걸리 한 잔의 소소한 즐거움에 가치의 초점을 맞추며 일상 속 작은 행복을 통해 자아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는 심리적 만족을 이끌어내려는 자기치유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7) 수용 및 해석 분석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자아 성찰과 덧없는 집착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과 같은 구절은 관조적이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주며, 타인과의 관계, 소유와 집착 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세대와 관계없이 폭넓은 수용 가능성을 지닙니다.

8) 계량적 텍스트 분석
이 시에서 특히 "그리운가, 잊어버리게"와 같은 문구의 반복적 구성이 핵심 주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비교적 간결한 어휘와 구어체적 표현으로 구성된 시어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도록 유도합니다.

종합 평가
김승동의 *'막걸리'*는 집착의 초월과 덧없는 삶의 아름다움을 담백하게 묘사하여 독자로 하여금 일상의 소소한 가치에 대한 재인식을 일깨웁니다. 인생의 복잡함 속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으려는 메시지가 돋보이며, 이는 한국 현대시의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미학적 전통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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