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고요: 최홍윤의 12월의 시

2024. 12. 1. 07:00시평론

12월의 시 
최 홍 윤 
바람이 부네 
살아 있음이 고맙고 
더 오래 살아야겠네 
나이가 들어 할 일은 많은데 
짧은 해로 초조해지다 
긴긴밤에 회안이 깊네 
나목도 다 버리며 
겨울의 하얀 눈을 기다리고 
푸른 솔은 계절을 *잊고 
한결같이 바람을 맞는데 
살아 움직이는 것만 
숨죽이며 종종 걸음치네 
세월 비집고 
바람에 타다 
버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데 
시간은 언제나 내 마음의 여울목 
세월이여 
이제 한결같은 삶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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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목] 12월의 시
[작가명] 최홍윤
[발표 연도] 미상

1) 내용적 맥락 분석
최홍윤의 *"12월의 시"*는 삶의 무상함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느껴지는 내적 성찰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람과 눈, 계절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삶에서 잃게 되는 것들을 상징하며, 시인은 이러한 자연적 현상을 통해 노년의 고요한 성찰과 인생에 대한 감사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의 순환과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주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형식적 구조 분석
이 시는 총 6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은 두세 줄로 짧고 간결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연의 구조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에 따른 감정을 단계적으로 펼쳐내며, 각 행마다 고요하고 사색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시적 분위기와 감정을 단계적으로 심화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내면에 점진적으로 다가가게 합니다.

3) 언어와 표현 분석
시어 선택에서 "바람", "눈", "나무" 등 자연적 요소를 사용하여 감정과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고맙고", "초초해지다" 등 감정적인 표현들이 짧은 구절 안에 녹아 있어 시인의 정서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감각적 이미지와 비유적 표현이 얽히며, 삶의 유한성과 무상함을 생생히 드러냅니다. 특히 “세월 비집고”와 같은 구절은 시인의 나이 듦과 소멸의 인식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4) 정서와 스타일 분석
이 시는 고요하고 침착한 감정을 바탕으로 노년의 관조적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어조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하여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는 생을 마무리하는 듯한 깨달음과 체념이 느껴지며, 독자로 하여금 삶의 의미와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5) 문학사적 맥락 분석
최홍윤의 이 작품은 한국 현대시의 전통에서 노년기 삶의 성찰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한 작품들과 연결됩니다. 한국 현대시는 자연을 통한 성찰적 접근을 자주 활용하였으며, 이 시도 그러한 계보에 속하면서도 개인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6) 심리학적 해석
시인의 내면은 자연 속에서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과정으로 드러납니다. “버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구절에서는 삶에 대한 소진과 체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노년에 접어든 사람의 무의식적 불안을 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용과 평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7) 수용 및 해석 분석
이 시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삶의 끝자락에 대한 성찰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놓인 독자들은 시인의 고요한 태도에서 위안을 얻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양한 연령대가 각자의 시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작품입니다.

8) 계량적 텍스트 분석
이 시는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 구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단어 선택 또한 직관적이고 단순하여 시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중복이나 불필요한 수식이 없이 핵심적인 시어만을 사용하여 전달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종합 평가
최홍윤의 *"12월의 시"*는 자연과 시간을 매개로 노년기의 내적 성찰을 다룬 작품입니다. 간결한 형식과 명료한 표현을 통해 삶의 무상함과 내면의 평온을 동시에 담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고요한 성찰의 순간을 제공하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유한성을 함께 바라보며, 끝이 아닌 순환으로써의 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이 작품은 독자에게 위로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