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회복의 순환, 신계옥 시인의 『3년의 의미』

2024. 11. 15. 07:00시평론

3년
신계옥 (2024 시민공모작)

연휴라 한산한
시민공원 역 지하상가 길
앞서가던 노인들의 대화가 귀에 걸렸다

무엇이든 3년이 고비여
아기들도 걷고 오줌똥 가리고
말귀 좀 알아들으려면 3년
늙은이도 시름시름
3년은 걸려야 먼 길 가는 겨,

와서 꽃이 되기도
가서 그리움이 되기도 했을 시간들
나는 당신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움의 기한을 지나
이제는 꽃으로도 겹쳐 보이는 당신

 

[시 제목] 3년
[작가명] 신계옥
[발표 연도] 2024년 시민공모작

1) 내용적 맥락 분석
신계옥의 작품 *「3년」*은 시간이 쌓여 생기는 의미와 관계의 변화를 탐구하며, 인생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전환점으로 나타납니다. 작가는 노인의 대화에서 '3년'의 상징성을 드러내며, 사람과의 관계도 그리움과 꽃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통해 정서적 변화를 암시합니다. 이는 인간 관계 속 시간이 불러오는 감정적 심화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인생에 대한 성찰로 해석됩니다.

2) 형식적 구조 분석
이 시는 시각적 구분이 없는 단일 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술 방식으로 묘사와 독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가 시 속 상황에 몰입하도록 돕는 한편, 시의 주제인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변화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적 반복을 통해 중심 주제를 강조하면서, 시간을 통해 깊어지는 감정을 긴밀하게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3) 언어와 표현 분석
작가는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 생애 주기를 표현하며, 비유와 상징을 통해 '꽃', '그리움' 등으로 시간과 감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꽃이 되기도, 그리움이 되기도" 하는 대상은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상대를 상징하는데, 이는 사랑과 애정이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그린 것입니다. ‘먼 길’이라는 표현은 생과 사의 흐름을 은유하며, 이를 통해 삶의 유한성과 애틋함을 강조합니다.

4) 정서와 스타일 분석
시가 자아내는 감정은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시간에 대한 아련함이 주를 이룹니다. 서정적이고 회고적인 어조로 풀어내면서, 독자들에게 잔잔한 슬픔과 삶에 대한 관조를 불러일으킵니다. 과거의 시간이 꽃과 그리움으로 변모해가는 시각적 이미지는 시간에 따른 감정의 깊이를 전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5) 문학사적 맥락 분석
*「3년」*은 현대 서정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일상성과 상징성을 융합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작품은 고전 서정시의 "무상(無常)"의 개념과 맥락을 같이하지만, 도시의 지하상가 등 현대적 배경 설정으로 일상적 친밀감을 주어 더욱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6) 심리학적 해석
'3년'이라는 시간은 심리적 적응 기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가 삶의 전환점이나 상실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데에 걸리는 감정적 적응 기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이는 작가가 상실과 기억의 과정이 특정 시간에 따라 재구성된다는 심리적 통찰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7) 수용 및 해석 분석
시적 표현이 일상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은유와 상징이 담겨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꽃', '그리움', '먼 길' 등의 표현은 관계와 시간의 흐름을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특히 독자가 공감할 만한 상실과 회복의 시간적 주기가 잘 드러나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해석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8) 계량적 텍스트 분석
시어는 비교적 간결하고 일상적입니다. "3년," "꽃," "그리움" 등의 단어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주제가 전개되어, 이 시가 독자에게 시의 중심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화체를 통해 현실감을 높였고, 이는 독자에게 시의 상황을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최종 종합 평가
신계옥의 시 *「3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하고 심화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단순하고도 절제된 표현을 통해 시간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인간 감정의 다층적인 변화를 다루며, 일상적 배경을 통해 보편적인 정서와 공감을 자아냅니다. 작가는 일상과 삶의 유한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시적 울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우리로 하여금 시간과 관계의 본질에 대해 되새기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