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가 무너진다: 싱크홀 사고가 말해주는 도시의 위험

2025. 3. 27. 21:06경영과 리더십

"강동 싱크홀 사고,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었나"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로 본 도시 안전의 구조적 취약성

2025년 3월 24일 저녁 6시 29분,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한복판에서 지름 20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갑자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3)가 매몰돼 1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또 다른 차량 운전자도 부상을 입었다. 비가 오지 않는 봄날, 장마철도 아닌 상황에서 벌어진 이 참사는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고 발생 지점은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구간으로, '나틈(NATM) 공법'이 사용돼 터널이 뚫리고 있던 곳이다. 이 공법은 경제성은 높지만 연약지반에는 부적합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이 일대는 복잡한 지질 구조와 약한 지반으로 지하수 수위 차도 컸으며, 공사 중 수차례 물이 새는 이상 징후가 감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싱크홀의 직접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 싱크홀 사고의 약 47%는 하수관 손상이 원인이고, 특히 서울은 전체 하수관의 56%가 30년 이상 된 노후 구조물이다​. 강동구 사고의 경우, 지하수 유출, 토질 약화, 상수도 파손, 그리고 반복적인 지하 굴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주유소에서는 이미 1월부터 바닥 균열 등 이상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사고 당일 오전에도 ‘빗물받이 파손’ 신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음은 제때 반영되지 못했고, 사고는 결국 현실이 되었다​.

싱크홀은 세계 각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2013년 지름 30m의 싱크홀이 집 전체를 집어삼키는 일이 있었고, 중국 칭하이성 시닝에서는 2020년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며,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957건의 싱크홀이 발생해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지하안전법’을 시행하며 5년 주기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정보는 사후 보고 위주이고, 예측 및 조기경보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세 가지 대응이 시급하다. 첫째, 노후 하수관 및 상수관에 대한 전수조사 및 교체가 필요하다. 둘째, 대형 지하공사 현장에 대한 실시간 지반 안정성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상징후 민원에 대한 빠른 대응과 공사 중단 조치가 자동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도시 인프라를 더 확장하기 전에, 지금 이 도시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먼저 직시해야 한다. 서울 강동 싱크홀 참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무시해온 수많은 경고음이 쌓여 일으킨 구조적 재난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응으로는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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